저번 주중으로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연일 술을 계속 마셨더니 감기가 악화되었다가 이제서야 조금 나아졌다. 금요일부터 감기가 급속히 악화되어 몸 안에서는 바이러스와 치열한 전쟁중인데, 난 내 몸편이되기는 커녕 술과 담배를 지속적으로 넣어주는 이적행위를 계속했다.

배신의 댓가로 입술은 불어 터지고 콧물은 한 대야를 풀은 것 같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머리가 띵한 상태라 코딩할때마다 오타가 속출하고 실수 투성이다.

그동안 술, 담배, 커피등 몸에 안좋은 것들은 남들 두세배를 하며 몸을 혹사시켜 왔다. 잘 견뎌왔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지 이제 상태도 많이 안좋아지고 있을 것 같다. 이젠 슬슬 몸을 좀 모시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늙어서 몸이 복수할 생각을 하니 두렵다.

감기로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전날 양주까지 마시는 상황까지 가게되어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머리도 안돌아가 어차피 일하기는 틀린 것 같고 충동적으로 수리산을 찾았다. 역시나 아무런 정보도 없고 그냥 4호선 수리산역에 내려 길을 물어 오르기로 했다.

수리산역을 내려 아파트를 가로질러 테니스장을 지나니 입구가 보였다. 이런 완만한 길들이 계속되어 동네분들은 산보하기에 참 좋을 것 같다.

술에 찌들은 나보다 집사람 상태가 좋지 않아 오늘은 저 위에 보이는 군부대 근처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감기로 인해 올라가는 내내 코를 풀면서 올라갔다. 등산하면서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코푸는데 다썼다.

경사가 시작되는 곳에 도착해서는 일단 점심을 먹고 오르기로 했다. 집에서 준비해간 간단한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때웠다. 보통 산에선 막걸리 한잔정도 밖에는 먹지 않는데 어제는 이왕 버린몸, 아버지가 가져오신 과일주를 반주로 몇잔 마셨다.

어느정도 오르고 나니 근처의 아기자기한 산들과 봉오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회색빛의 성냥갑처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들.

올라가보니 전망이 좋은 계단이 있어 한동안 경치를 감상했다. 이어폰을 끼고 돼지 멱따는 소리로 고래고래 노래를 불러대는 아저씨만 없었다면 아주 좋았을 것인데, 왜 하필 그시간에 그가 올라오고 내가 올라온 것인지...
 
집사람의 무릎때문에 오늘은 이만하고 내려가기로 했다. 군부대에서 시작된 내려오는 길은 잘 닦여있었다.

내려오자 포장된 길이 이어졌다. 버스가 있는 곳까지는 제법 걸어가야 한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장난을 치며 다가오는 녀석. 일기장에는 수리산을 '친절한 산'이라고 쓴 것을 보니 오늘 코스가 비교적 쉬운 산행이었던 것 같다. 난 그냥 코만 풀다 끝났다.

걸어 가기도 지루하고 이곳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가기로 했다. 사람이 없는 것 같았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니 대부분의 자리들이 차있었다. 잘 찾아 온 것 같았다.

두부김치와 감자전과 함께 동동주를 마시다가 음식이 깔끔한 것 같아, 이른시간이지만 이 곳에서 아에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 근체에서 본 수리산. 언제 다시 한번 와볼수 있을지 모르겠다. 버스를 탈려다 보니 어라 집근처로 가는 11-3번이 있어 쉽게 왔다.

집 근처의 커피집에서 냉커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고 보니 연속으로 몇주를 주말이면 산에 간 것인지 모르겠다. 폐인 블로그에서 산행 블로그로 바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좋은 일이다.

저번주에는 토요일은 일이 밀려 있어 출근을 했고 다음날인 일요일은 일요일답게 뒹굴뒹굴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아침을 먹자마자 드는 생각... "산이나 가야겠다". 전혀 계획에 없던 산행이라 7호선에서 한번에 갈수있는 수락산을 택해서 재준이와 같이 올랐다.

서울 근교의 산들이 주말이면 늘 그렇듯이 줄을 서서 올라 간다. 좁은 길에선 곳곳에서 정체가 되고 무엇이 그리 급한지 잠시를 못기다리고 툭툭 치면서 앞서 갈려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을 피하려고 왔다 되려 사람에 치이는 꼴이다. 나도 일요일에 산으로와 이에 일조했으니 불평은 없다.

중간쯤 올라가니 동서남북 전망들이 아주 좋다. 저멀리 도봉산이 보인다.

바위산이라 정상 근처에 가면 약간은 위험한 곳들이 있다. 하지만 곳곳에 박아 놓은 쇠로된 봉들과 발 딪기 편한곳에 바위를 갈아 놓은 곳들이 보여 안타까웠다. 사람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이런식이면 몇년후에 유명한 산들중에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산들이 얼마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신기하게 생긴 정상 근처의 배낭바위. 60리터쯤 되보이는 것 같다.

정상에서의 사람들. 오르고 내리려는 사람들이 많아 정체가 상당히 심하다. 사람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어 국기봉으로 올라가 둘러 보았다.

정상 아래의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간 컵라면과 보온병의 물로 점심을 해결했다. 초등학생지만 줄 것이 커피밖에 없어 믹스커피를 한잔 주었더니 행복해 한다.

하산길에 철모바위. 수락산은 그 높이에 비해 기암괴석들이 많은 것 같다.

단풍이 곱게 물들은 곳에서 한컷.

위를 올려다 보니 홀로 암벽등반을 하는 분이 있었다. 내려 오는 중간중간 암벽에서도 수강생들에게 암벽등반을 강의하고 지도하는 모습을 볼 수있었다.

이제 하산할 일만 남아 표정에 여유가 보인다.

내려 가기전 한컷.

안전장치가 없는 위의 바위를 내려올 것인지 우회할 것인지 물어 보았다. 겁이 많은 녀석인데 약간은 망설이다 그냥 내려 오겠다고 한다. 이후로는 카메라의 밧데리가 떨어져 더이상 사진을 찍지 못했다.

내려 와서는 1,000원짜리 막걸리 두잔으로 요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찜질방을 갔다. 야참을 거의 안먹지만 돌아 오는길에 배가 고파 치킨집에서 치킨과 생맥주로 배를 채우고 들어 갔다.

어제는 저녁을 먹고 즉흥적으로 구룡산 산책이나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개포동 대모산 아래 도착하니 7시 40분. 10분여 걸을 동안은 가로등이 있어 따로 랜턴이 필요가 없었다. 달빛도 없어 한치 앞도 안보이는 어둠속이라 겁을 먹은 재준이의 걸음이 빨라진다. 녀석은 마치 뒤에서 누가 쫓아 오기나하는냥 냅다 올라갔다.

구룡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의 야경은 멋있다. 재준이도 넋을 놓은듯 한동안 바라보다 양재동 하나로마트쪽으로 내려왔다. 전혀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사진을 찍으니 삼각대가 아쉽긴 했다.

돌아 오는 길에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오댕 몇개를 먹고 순대를 포장해서 집으로 갔다. 다 좋았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맥주 페트가 2개 있어 비우고 잔것이 옥의 티랄까.

어제는 토요일로 가족산행이 있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전날 설악산으로 가시고 남은 가족들끼리 청계산을 오르기로 했다. 어머니도 같이 가시니 힘든 산행보다는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만 오르고 과천 현대미술관으로 내려와 구경이나 하는 유람을 하기로 했다.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 추석 전날도 와본 길이고 오늘은 얼마 가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 재준이의 표정이 여유롭다. 옥녀봉을 오르자 녀석이 만경대까지 가고 싶다고 한다. 나도 솔깃해서 망설였지만 어머니때문에 더이상 무리를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후일을 기약했다.

옥녀봉에서 대공원쪽으로 내려 오는 길의 시작부근에서 가지고 간 김밥과 감자로 점심을 해결했다.

내려오는 길의 전망 좋은 바위에서 한장. 이제 덩치가 엄마와 비슷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 있었다.

대공원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초반 약간 위험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위와 같이 평탄하고 산보로 걷기에 아주 좋은 길들이 이어졌다. 내려와 도로로 2km정도 걸어 국립미술관쪽으로 향했다. 사실 국립미술관으로 바로 내려 올려고 했는데 정확한 길을 모르고 가족들이 있어 큰길을 택했다. 저번엔 방향만 보고 길도아닌 숲을 헤치며 내려왔는데 언제쯤 청계산에서 현대미술관을 제대로 내려올까 모르겠다.

차로 갔을 때는 금새였는데 돌아 가는 길이 제법 멀었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 가족들한테 미안했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천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냉커피 한잔씩 마시며 피로를 풀었다.

어느정도 쉬고 난 후에는 미술관을 둘러 보았다. 재준이는 저 표정이 내가 화났을 때의 표정을 패러디 했다고 한다. 반성하자.

팔자에도 없는 그림들과 조각등을 구경한 후에 2층 테라스에서 잠시 쉬었다. 재준이와 집사람은 조금 더 전시물을 둘러 보고 어머니와 나는 밖에서 다시 휴식을 취했다.

지하철역 앞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오댕과 떡뽁이, 소라와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오랫만에 먹은 소라. 앉아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집앞의 커피뽂는 집에서 다시 시원한 냉커피 한잔하고 들어 갔다. 모두 피고한고 배도 부르기 때문에 저녁은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고 일찍 잠이 들었다.

금요일은 일 때문에 업체를 방문했다. 담당인 친구와 전날 술을 마시며 별 문제없이 끝나면 청계산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진도는 앞섰으나 어플리케이션이 실행 후 죽는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종 생성 파일은 만들고 죽으니 그다지 뻘쭘한 상황은 아니었다. 테스트중에도 마음은 창너머 보이는 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상황이 끝나고 근처의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점심을 때웠다. 친구의 차로 집으로 가서 간단히 등산복으로 갈아 입은 후에 청계산 옛골로 향했다.

친구는 별 준비를 안해온 것 같아 옛골에서 이수봉까지만 올라 가기로 했다. 올라가기 시작할 무렵 내려올때도 이길로 내려 올터이니 이정표를 보고 방향을 바꿔 목배등쪽으로 빠졌다. 평일 낮이라 사람들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좋았다. 노인분들을 제외하고는 회사에서 단체로 온 직장인들이 많았다. 등산을 좋아하시는 사장님들이 많은가 보다.

이수봉만 오르는 산행을 마치고 옛골의 한 음식점에서 동동주와 파전으로 간단히 마무리를 했다. 차를 가져온 친구는 두잔만 마시고 난 동동주에 서울 막걸리 한병을 더 시켜 먹고 나왔다.

양재 IC까지 친구의 차를 타고왔다. 다시 도심으로 와보니 한창 퇴근시간으로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평일에 혼자만 등산복 차림인 내 모습은 마치 이방인과도 같았다. 그 기분을 좀 더 느껴보기 위해 집에까지 걸어 가기로 했다. 걷는 거리는 한 8km쯤 될 것 같으니 큰 부담은 없었다.

양재천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다 오랫만에 찜질방이나 가기로 마음 먹었다. 전화를 걸어 찜질방에서 집사람과 아이와 만나기로 했다.


찜질을 끝내고 선릉역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와 코코아 한잔씩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일을 제껴두고 평일에 산을 오르는 자주 할 수 없는 일탈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자주하면 생계가 위험해질 것 같다.

음식 고문

먹고 마시고 2009/10/08 11:43
어제는 아는분께서 한턱 내신다고 해서 가족들과 함께 브라질리아를 찾았다. 근처에 있고 어느정도 유명한 곳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갈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이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우리가 첫손님이었다.


먼저 세종류의 고기가 차례대로 나온다. 그뒤로는 셋중 원하는 고기를 무한으로 리필해서 먹을 수가 있다. 익힌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렇게 뭉탱이로 나온것을 먹는 것은 나한테는 큰 고역이다. 기본이라고 해서 억지로 세개를 먹었지만 다 먹고나니 멀미가 났다.


나는 기본 세장, 집사람은 네장, 재준이는 다섯장, 지인은 여섯장을 먹고 나왔다. 여긴 고기에 한 맺힌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지 나처럼 술꾼들은 갈곳이 아닌것 같다. 나와서 비어팩토리로 가 3,000cc정도 마시자 그 느끼함이 가라앉았다.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편이지만 어제의 여파로 오늘은 나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고 아침을 먹지 않았다.

아마 우리식구들끼리 갈 일은 영영 없을 것 같다. 만약 누가 꼭 가야된다고 하면 그땐 난 따로 나와 근처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으면서 기다릴 것이다.

전날 매기매운탕에 거하게 한잔했더니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았다. 재준이와 함께 가까운 청계산이나 가기로 마음 먹고 코엑스에 들려 점심용으로 햄버거 두개를 샀다. 버스를 타고 화물 터미널에 내려 산행을 시작했다.

양곡 도매시장을 지나 입구에 있는 등산 안내도다. 이수봉까지 가서 옛골로 내려올라고 하는데 이수봉까지는 지도에 나와있지 않았다. 상당한 거리인데 재준이가 잘 쫓아 와줄지 모르겠다.

1차 목적지인 옥녀봉까지 딱 중간지점이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는 2.6km고 오늘 우리가 걸어야할 길은 13km 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 휴식한 곳에서 재준이의 여유로운 모습. 오늘 산행 목적이 녀석의 극기훈련에 있음을 아직 모르고 있다. 모르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수봉까지 간다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옥녀봉에서 내려다 본 과천이다. 흐릿하지만 경마장의 모습도 보인다.

화물터미널에서 옥녀봉까지 2.5km니 매봉까지는 4.75km되는 것 같다. 매봉까지 가도 오늘 오를 거리의 반이 안되는데 녀석은 매봉이 목적지로 알고 있다.

매봉에서 한장.

점심시간이라 매봉 바로 아래에서 가지고 온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산에서 먹는 햄버거 맛이 일품이라는 녀석.

줄을 타고 올라 오면서 재미있어 하는 재준이. 녀석의 웃음은 이후로는 이수봉까지 볼 수 없었다.

만경대를 향해 올라 가는 길. 이곳은 군부대가 있어 포장이 되어 있다.

슬슬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져 가고 있다.

석기봉에 올라가 보니 커플 한쌍과 바위위에서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보고 계시는 분까지 세명이 있었다.

도대체 봉을 몇개나 찍고 있냐며 투덜대는 녀석. 오늘 네곳 찍었기 때문에 앞으로 4주는 등산을 안하겠다고 한다. 아들아, 이제 이수봉 한곳만 더 찍으면 된다.

이수봉을 거쳐 옛골로 내려와 늘 가는 할매집을 찾았다. 늘 묵사발이나 묵쌈을 먹었는데 손두부(6,000원) 메뉴가 추가되어 한번 시켜보았다.

힘든 산행을 끝내고 먹는 라면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14,000원으로 둘이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코엑스 서점이나 놀러 갈까 하고 물어 보니, 힘들어서 안간다고 할줄 알았는데 놀러가자고 한다. 이제 슬슬 고통을 이겨내는 재미를 알아 가는 것 같다.

살 책들을 고르고 있는데 누군가 어께를 툭 치는 것이었다. 돌아 보니 같이 아이폰 어플을 만들고 있는 양반이다. 약속을 해서는 일주일에 꼭 한두번 만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우연히 만났으니 그냥 헤어지기도 그렇고 가볍게 맥주나 한잔 하기로 했다. 1500cc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해도 안졌는데 벌써 두 종류의 술을 마셨다. 집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함께 또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술에 지쳐 잠이 들었다. 아무래도 술 마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산에 가는 것 같다.